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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면서 기분 나쁜 것
    카테고리 없음 2024. 8. 26. 23:23

    사람이 살다보면 좋은 일보다는 기분 나쁜 일을 더 많이 만나지 싶다. 길을 가다 인분을 밟는다거나 내 호의가 왜곡되어 의심을 받는다거나 물에서 건져줬더니만 보따리 내놓으라 하는 것과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일을 당했을 경우 등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기분 나쁜 것이 있으니, 나보다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할 때이다. 그렇다면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지배자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돈도 없고. 빽도 없고, 학벌도 없고, 이름까지도 없는 사람이다. 겨우 비교할 수 있다면 인격과 세상을 보는 눈 두 가지일 것이다.

     

    나는 소년의 날에 윤동주의 시 서시의 구절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를 읽고 존재의 흔들림을 느꼈다. 나는 청년의 날에 친구 아버님의 영전에서 상주들보다 더 크게 목 놓아 울었다. 마치 옛적 완적이 이웃 처녀의 죽음에 문상 가서 슬피 울은 것처럼. 나는 중늙은이인 오늘날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게 생명력을 주고 나를 유지하게 한 내가 먹고 마신 뭇 동물과 식물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이것만 보아서 나는 대한민국 국민을 상··하로 나뉜다면 품성이 중급은 되지 않나 생각한다.

     

    나는 판사나 검사는 인과관계를 따지지만 정치인은 그 인과관계가 끝나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과관계를 넘어서지 않으면 감동이란 있을 수 없다. 나는 워털루전투에서 웰링턴장군이 한 말을 기억한다. ‘패배한 전쟁 다음으로 비참한 것이 숭리한 전쟁이라고, 부자 몸조심 하듯 한다.’는 말도.

    나는 당태종 이세민이 자신을 비판하는 위징을 가리켜 나를 바로잡고 나라를 반석에 놓을 양신(良臣)이라고 한 것과 정조 이산이 수원성을 쌓을 때 한 신하가 성은 방어만 하면 되지 왜 이렇게 아름답게 쌓느냐고 묻자 아름다움도 성을 능히 지킬 수 있느니라.’고 한 말에 놀란다. 나는 일신론적(一神論的)세계관보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라발전에는 꼭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상··하로 나눈다면 중급정도의 식견 또는 안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나를 지배하는 사람들은 거의 인격, 자질, 식견이 국민들의 상··하에서 중급에서 하급에 위치한다고 보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세상은 요지경이라 하고 뒤죽박죽이라고 말들을 하며, 먼 옛날 사마천은 천도 (天道)를 의심하고 공자는 하늘을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기분 나쁜 일이 쌓이고 오래가면 울화통이 터지고 화병을 얻게 된다. 정상적이지 않은 나라나 자연스럽지 못한 사회는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나는 아주 오래전에 안톤 슈낙의 책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읽은 적이 있다. 이제는 기분 나쁜 단계에서 슬픈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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