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정신(韓國的精神)은 무엇인가?

러시아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위대한 러시아적 정신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죽기 직전 뿌씨낀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러시아적 정신이란 인류적이고 단합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의 역사에서 러시아적 정신을 본 것이다.

 

역사상에 가장 국가적 정신을 가진 나라는 아마 로마일 것이다. 로마는 민족, 종교, 지역을 뛰어넘는 관용의 정신과 규칙을 잘 지키고 의무를 소중히 여기는 시민적 정신을 가진 나라였다. 한 나라가 국가적 정신을 운위할 정도면 그 나라는 대단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대개 한 나라나 한 민족은 역사적 과정, 지리적 위치, 주변국과의 관계, 사회적 기풍 등에 의해서 집단지성을 갖게 되고, 이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 나라의 고유한 정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적어도 한 나라의 정신이라면 보편성을 띠고 박애적이며 비폭력적이어야 그 가치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내세울만한 하고 지켜 나갈만한 국가적 정신이라는 것이 있을까? 종래 ‘은근’과 ‘끈기’를 말하기도 하고, ‘정한적’이나 ‘애상적’ 또는 ‘우수적’인 것을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역사에 의해 덧씌어진 기제라 할 수 있다. 일국의 정신이라면 청승맞은 정조가 아니라 진취적인 기상을 지녀야 할 것이다.

 

우리는 변용로가 ‘조선의 마음’을 이리저리 찾아 헤맨 것처럼 한국적정신을 찾으러 나서야 할 것이다. 나는 한국적정신은 ‘생명적’이고 ‘평화적’인 것이라 보고 있다. 그 원형으로는 산길을 갈 때 허리춤에 방울소리를 내 미물이 발에 밟히는 것을 막으며 ,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은 역사 등이다.

 

생명적이라는 것은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인류애도 고귀한 정신이지만 생명애는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으며, 미물도 사람과 같은 인격을 부여받고, 사람은 생명체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되는 것이다.

 

평화적이라는 것은 싸움을 먼저 걸지 않으며 침략전쟁을 부인한다. 모든 전쟁을 멸시하고, 병(兵)을 불길하게 여기며, 어떠한 완력, 물리력, 무력의 사용을 중지하는 것이다. 다양성과 다름을 존중하고, 일신론적(一神論的)사고를 하지 않는 것이다. 곧 잔학함을 멀리하고 살(殺)자도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다.

 

 

2024,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