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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의 주구(走狗), 예술의 주구(走狗
    카테고리 없음 2019. 2. 20. 16:20

    요즈음 검찰을 「권력의 주구」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검찰은 기능상 세상을 능동적으로 전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숙명적으로 세상에 후행하며 추종하기 때문에 이런 역할을 할 개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검찰은「정의의 수호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현상유지적이기 때문에 전향적이지 못하거니와 더욱 친개혁적일 수는 없다. 법원도「정의의 보루」란 말이 암시하듯이 검찰과 똑같을 수밖에 없고 소위 권부라는 경찰청이나 국세청도 역시 그러하다,

     

    주구란 무엇인가? 앞잡이 또는 사냥개로서 권력자에 빌붙어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자다. 역사상에서 살펴보면 유명한 권력의 주구로는 중국 측천무후의 비밀경찰인 주흥. 삭원례. 내준신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여제의 명을 받아 갖가지 악독한 고문술을 고안하여 공포정치 조성에 앞장섰다. 또 악랄하기로는 같은 나라 명나라 때의 비밀 정보기관인 동창 ,서창, 금의위 등을 말할 수 있는데 이들은 간신 위충현의 주구가 되어 끝내는 명나라 멸망의 원인이 된다. 이들은 사냥개란 말이 나타내듯 나중에는 다 토사구팽을 당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보자면 먼저 관동별곡의 작가 정철을 말할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 국문학에서는 빛나는 이름이지만 부끄럽게도 당쟁을 연 인물이다. 서인의 영수로서 선조 임금의 사주를 받아 기축옥사에서 정여립을 역모로 몰아 동인을 도륙하고 사적 감정을 풀었다. 허균도 예외일 수 없으니 그도 「홍길동전」과 개혁사상으로 기억되지만 또한 서자들의 모의인 「칠서의 변」에 연루되었으나 이이첨이 살려준 것에 감읍하여 인목대비의 폐출에 앞장 선 것을 기억해야 한다.

     

    최남선과 이광수도 일제의 주구가 되었고. 개화당의 박영효,「시일야방성대곡」의 장지연은 물론이거니와 독립선언서 33인중에서 한용운만 예외라는 말이 있다.오늘날에는 「조봉암 진보당사건」「인혁당 사건」「민청학련 사건」의 재심에서의 무죄 판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스폰서 검사」의 행태를 보면 「지성의 최고」를 자랑하던 송강이나 교산. 육당이나 춘원도 그러한데 그 외의 그런 저런 사람들에게는 아예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자조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가련한 사람들인 것이다. 형법상의 용어에 「미필적 고의」라는 것이 있는데 즉「죽을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지만 나는 인용 한다」와 막수유(莫須有,송나라 충신 악비가 「그럴 수도 있다.」는 죄명으로 죽은 것)를 부둥켜안고 고민하며 방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선비와 상소를 올리지는 자는 죽이지 않는다.」는 송태조 조광윤 같은 권력자의 자기억제와 조선 시대 왕명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금부도사식의 모습을 오늘에는 부끄럽게 여기는 반성 없이는 권력의 주구는 결코 사라질 수 없다.

     

    그러나 역사에는 이렇게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운 정경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추악하고 비열한 「권력의 주구」가 있는가 하면 이와 반대로「아름다운 주구」「향기 나는 주구」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 명나라 때의 광기(狂氣)의 서화가로 고호와 비견될 수 있는 서위(徐渭)에 대한 당대의 대화가 제백석의 태도이다. 제백석은 서위의 서재 이름인 청등서옥(靑藤書屋)을 따서 진심으로 「청동문화의 주구」되기를 원했고, 인장에다 「청동문화의 주구」라고 새겨 서위를 흠모하였다.

     

    또 송나라 때에는 구양수의 글과 소동파의 글씨를 「구문소자(歐文蘇字)」라 하여 많은 문사들은 꿈속에서조차 한 번 얻기를 소원하였으며, 구문소자 한 편이라도 얻게 되면 어떠한 권세 어떠한 재산보다도 귀하게 여겼었다. 이것은 인생을 쉽게 살지 않겠다는 기백과 맑고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품성과 인생의 진수를 터득한 사람에게서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소동파와 백낙천의 주구가 되는 길이기도 하고, 윌리암 워즈워드나 쉘리의 주구가 되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2011년 4월 28일

       오늘밤엔 우이천에 물이 많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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